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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고자인지 초식남인지, 혹은 도 닦는 스님이 될 팔자인지. 자아정체성이 아직도 헷갈리는 이십대 머저리의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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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29. 04:02 읽고

상처에 대하여_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꽂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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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으앙아아앙
2013. 6. 16. 19:22 읽고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 청아


나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 한 점 부끄럼 없다.


단지 후회를 하자면 그 날, 그대를 내 손에서 놓아버린 것 뿐.


어느새 화창하던 그 날이 지나고

하늘에선 차디찬 눈이 내려오더라도


그 눈마저 소복소복 따듯해 보이는 것은

그대를 향한 내 사랑일까.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감상문은 없음. 그냥 읽으면서 가슴이 울렁울렁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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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으앙아아앙
2013. 2. 13. 21:34 읽고


'나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견디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늘 기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어쨋든 살아있는 한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번적이는 황금갑옷, 안면갑을 내린 투구, 구불거리는 불칼을 든 마왕. 하지만 '아이고 피곤하다!'

'생명의 물은 어디있죠?'

'그런게 있을 리가 있나, 저 안에 옹달샘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그냥 밥해먹는 물이야.'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물이라도 되는 마냥 자신을 숨기고 갑주로 무장해서는 이를 악물고 싸워대는 사람들.

그 모두가 '아이고 피곤하다'를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다.

'생명의 물 따위는 없더라.'

'까르르 멍텅구리 네가 마신 그게 그거.'

'아무도 가져올 수 없지 생명의 물은.'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돌이켜보면 나를 지탱하는 근원이기도 한 걸까. 멍텅구리야. 그게 아니었다면 그걸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 너도 없어. 모두가 아무것도 아닌 생명수를 마시며 조금씩 정신을 길러내는 거야.

'서로 양보해서 차례차례 말하든지, 목청을 합쳐 서로의 말을 해주든지, 아니면 그냥 침묵하면 좋을텐데.'

당연하지만, 어려운.

'전쟁에서 승리한 자는 아무도 없대. 이승의 정의란 늘 반쪽이래.'

하지만 그래서 끊임없이 지금의 진짜 정의를 찾아야 한다. 거짓 정의에 현혹되어 진실을 찾아내었다 믿고, 그 다음으로 지나가면 이후에 거짓 정의에 속았다고 후회해도 이미 이전에 찾을 수 있던 반쪽은 찾을 수 없다. 기다리고 견디며 반쪽을 그러모아야 한다. 어차피 찾으며 기다리면 다음은 시간이 데리고 올테니까. 지금도 데리고 오는 중이야.

홀리야 순이. 자유. 정신은 늘 자유로울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지만 현실이 정신을 옭아맨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정신은움직여야 한다. 스펀지로 가득 찬 나무 궤속에 갇힌 것 처럼.

보다 자유로워지기위해서는 계속해서 움직여 공간을 만들자. 밀려난 스펀지가 뭉치고 뭉쳐 갈수록 밀어내기가 힘들어 질 테지만, 밀어내고 또 밀어내면 언젠가는 나무궤가 부서지고 새로운 빛이 보일 테니까. 그걸 안다면 움직여야지.

사실 기다리면 나무궤가 썩어 문드러질 지도 모르지만, 스펀지 속에서 가만히 있으면 궤가 부스러져 바람에 흩날려간지 오래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우두커니 앉아만 있게 될 테니까.

기다리지 말고 움직여야 해. 혹시 아니? 지금 궤는 벌써 없어졌을는지두.

'분열과 증오와 죽임의 21c 지구촌에서 생명의 길은...?'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 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진부하지만, 사랑. 사랑은 그 모든 생명수의 근원이다. 사랑하니까 연민을 하고, 희망이 있고, 주저앉은 이에게 손을 내밀고, 일어서고, 걷는다. 숨을 쉰다. 다시, 살아간다. 그리고, 살게한다. 애지 욕기생


11년 5월 19일에 쓴 독후감...당시에 애지욕기생이라는 말을 쓰고싶어서 안달이 났던 상태인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보다도 어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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